하루에 11개가 문을 열고, 8곳이 문을 닫는 곳. 바로 치킨집이다. 작년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2만4453개다. 작년에 3,980개가 새로 문을 열었고, 2,793개가 문을 닫았다. 이미 레드오션이다. 이런 치킨 시장에 호기롭게 뛰어들어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치킨집이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전설의치킨> 동백역점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7월 26일에 문을 연 <전설의치킨> 동백역점은 석 달 동안 평균 월매출이 3800만원이다. <전설의치킨>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배달 서비스를 할 경우 매달 고정비용으로 2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이 부담은 고스란히 가맹점이 지게 된다. <전설의치킨>은 가맹점의 입장에 서서 단호하게 배달은 포기하고 국내산 닭 공급을 고집한다. 레드오션인 치킨집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김규덕(54) 점주를 만나 치킨집으로 성공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처음으로 간 곳은 프랜차이즈 사업설명회가 아니라 해수욕장

 

사업으로 10억을 날렸다. 연이어 억 단위로 부도를 맞다보니, 그는 삶의 끈을 놓을까도 생각했다. 그래도 한 번만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대기업 물류를 관리하다, 허리가 안 좋아져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이 치킨집. 치킨집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뒤, 그는 무작정 낙산해수욕장으로 갔다. 남들처럼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사업설명회가 아니라. 하루 만에 닭 튀기는 방법을 배워, 해수욕장에 현수막 하나 걸고 노점으로 치킨집을 시작했다. 자신은 하루 종일 닭 튀기고, 아들은 배달했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경험’을 먼저 쌓았다. 

경험을 쌓은 뒤, 한 달 동안 치킨만 먹었다. 수원, 안산 등 맛있다고 소문나 치킨집은 다 가봤다. 그러다 성남에서 <전설의치킨>을 만났다. 맛있었다. 자신 입에만 맛있을까봐, 평소 치킨을 즐겨먹지 않는 아내도 데려가 먹여봤다. 아내도 맛있다고 하니 <전설의치킨>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전설만의 염지법으로 닭가슴살 특유의 퍽퍽함이 없이 육즙이 살아있었고, 14가지 천연향신료로 맛을 내 닭고기 특유의 잡냄새가 전혀 없었다. 이 확신을 가지고 28.09m2(약 8.5평) 규모로 세 테이블만 간신히 갖춰진 용인시 신갈에서 <전설의치킨> 14호점을 냈다. 가게를 열고 첫날 밤 11시, 둘째 날 10시, 셋째 날 9시에 치킨 200마리를 모두 팔았다. 대성공이었다. 그날이후 2년의 시간이 지나 오늘의 동백역점으로 확장 이전하게 되었다.

▲ 직원이 직접 그려준 <전설의치킨> 김규덕 사장님 모습 ⓒ밥상머리뉴스

 

가맹점과 소통하는 <전설의치킨> 

 

가맹점주는 소비자와 직접 만난다. 당연히 소비자의 요구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다. 동백역점에선 최근 가족단위, 특히 어린이 손님이 많다. 그는 이러한 어린이 손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본사에서 내려오는 간장소스에 달콤함을 더했다. 그는 가맹본부와 소통하며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맛을 찾기 위해 늘 연구한다.   

 

한 번은 김규덕 점주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가게를 닫을 일이 생겼다. 하지만 가게는 여는 일은 손님과의 약속이다. 아무리 개인사정이 있더라도 쉽게 문을 닫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 끝에 김 점주는 가맹본부에 자신의 사정을 알렸고, 가맹본부는 슈퍼바이저를 보내 3일 동안 가게 운영 전반을 맡아줬다. 

 

3개월에 한 번씩 수원, 용인, 오산 점주들과 모임을 갖는다. 그곳에서 각 지점에서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 자신만의 조리법 등을 공유한다. 최창우 <전설의 치킨> 대표도 참여해 가맹점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반영한다. 얼마 전에도 물류 문제를 지적해 해결되기도 했다. 일부 대형 프렌차이즈는 가맹점의 집단행동이 두려워한다. 심지어 가맹본부에서 가맹점이 모이는 것을 막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러나 <전설의치킨>은 다르다. 적극적으로 가맹점 간의 모임을 주선한다. 지난 9월 신메뉴 발표자리도 가맹점과 가맹본부가 소통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최창우 대표는 가맹본부의 어려움도 직접 얘기하고, 가맹점의 어려운 점도 들었다. 가맹본부가 수용할 있는 점과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점은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그는 “<전설의치킨>이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은 바로 소통 능력이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항해하는 ‘상생의 배’인 것이다 

 

▲ 지난 9월 <전설의치킨> 신메뉴 발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소통의 자리였다ⓒ밥상머리뉴스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장사 접으세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던 분들이 <전설의치킨>을 시작하게 된 곳이 10곳 정도 된다. 주로 사업으로 빚을 져서,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이 다수였다. 모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다. 모두 절실함으로 치킨집을 시작했다. 그러나 절실함만으론 부족하다. 닭을 튀기는 방법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치킨집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한 둘이 아니다. 

 

처음에는 치킨 한 마리가 아까워,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는커녕 자주 오는 손님에게도 서비스 하나 제대로 내주지 않았다. 그에게 찾아와 <전설의치킨>을 해보겠다고 찾아온 사람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좀 심한 말이긴 했지만 “그렇게 할 것 같으면 장사 접으세요”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물론 지적을 받은 그 가맹점의 점주는 서비스 정신도 더 강해졌고, 많은 연구 끝에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 <전설의치킨> 동백역점은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밥상머리뉴스

 

그는 “장사의 큰 적은 두려움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장사 역시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루 매출에 연연한다면 차리라 장사를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그는 말한다. 확고한 자신만의 창업 목표가 있어야 하고, 어떻게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게를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마지막으로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을 구하자 그는 “단순히 프랜차이즈 노하우에만 기대어 섣불리 창업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확신으로 가득 찼다. 그의 말대로 단순히 누군가를 모방해 창업해 도전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설령 프랜차이즈 사업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하루에 11곳이 문을 열고, 8곳이 다시 문을 닫는 치킨집 상황을 돌아볼 때, 자신만의 확고한 창업 철학을 가지라는 그의 말을 다시 되새겨 본다.